[김필영의 함께 신문 읽어요] 돈이나 공부 때문이 아니라 재미로 읽어라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 삶의 고민에 명쾌한 답을 제시하는 즉문즉설로 유명한 법륜 스님이 나왔다. 이야기하던 도중 법륜 스님은 1군에서 2군으로 강등된 후 은퇴를 고민하던 야구 선수의 사연을 소개했다. 스님은 물었다. “처음 야구를 시작할 때 돈을 벌려고 했나, 아니면 재미있어서 했나?” 선수는 “재미있어서 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스님이 말했다. “처음 실업팀에 들어가서 지금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 월급을 받고도 기뻐하지 않았나? 그런데 왜 지금은 그때보다 10배를 받으면서도 그만두려 하나? 이제는 야구를 재미로 해라.”

재미로 해라. 그 말은 마치 내게 던져진 조언처럼 느껴졌다. 그 선수는 스님의 조언으로 초심을 되찾아 은퇴를 미루고 10년을 더 뛰었다. 스님은 “초심을 기억하면 현재는 출발점보다 훨씬 높다”고 말했다. 스님의 말을 듣고 나도 신문 읽기에 대한 초심을 잃어버린 건 아닌지 뒤돌아볼 수 있었다.

나는 2023년부터 신문을 읽기 시작했고, 2024년에는 칼럼을 연재하며 신문 모임도 만들었다. 신문을 색연필로 체크하면서 빳빳했던 종이가 구깃구깃해질 만큼 열심히 읽는 과정이 즐거웠다. 그런데 놀랍게도 내 지적 능력은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빠르게 향상되지 않았다. 신문 모임에서도 누군가 꺼낸 정치나 경제 이야기에 술술 말하는 나를 꿈꿨지만, 그 정도까지 되지 않았다. 기껏해야 “청약제도가 개편된다던데…” 정도였다. 이야기가 깊어지면 나는 가만히 듣기만 했다.

실력이 급속도로 늘지 않자 신문 읽기에 대한 흥미가 살짝 떨어졌다. 어떤 날은 이틀 치를, 어떤 날은 사흘 치를 한꺼번에 읽기도 했다. 또 작년 하반기 일복이 터졌는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반복되는 업무로 인해 신문 읽기에 대한 열정이 조금 식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해가 바뀌고 2025년. 나 역시 그 야구 선수처럼 ‘재미’라는 초심으로 돌아가 신문을 대하기로 했다. 아침마다 차가운 대문 앞에 배달된 신문을 집 안으로 옮겨서 다양한 기사를 읽는 것 자체에 흥미를 느끼면 된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때때로 내면에서 차오르는 재미를 잊고 주변 사람들에게 더 인정받고 잘 보이고 싶은 마음만 급급했던 것 아니었을까. ‘역시 칼럼을 쓰는 사람답게 정치와 경제에 관해 해박하시군요!’ 그런 말을 듣고 싶었던 걸까. 신문을 읽으며 스스로에게 더 큰 기대를 걸었지만, 그 기대가 부담으로 바뀌는 순간 재미를 잃는다는 걸 깨달았다.

‘트렌드 코리아 2025’라는 책에 따르면 올해의 트렌드 중 하나는 ‘원포인트 업’이다. 도달할 수 있는 목표를 세워 꾸준히 실천하라는 의미다. 나도 부담 없이 신문에서 재미있는 기사를 매일 한 편씩 읽기로 했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지금 신문을 펴고 한 기사를 읽어보자. 어제보다 나아간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출처: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