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 챔피언 마이크 타이슨은 이렇게 말했다.
“누구나 계획이 있다. 펀치를 얻어맞기 전까지는.”
사람들은 늘 지금 내 삶에는 큰 변화가 없으리라 믿는다. 그러다 어느 날, 변화가 눈앞까지 와 있다. 그제야 깨닫는다.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는 걸. 최근 이 말을 현실에서 경험했다. 얼마 전 지인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난 인공지능(AI) 이야기를 꺼냈다.
“요즘 AI 써? 난 챗GPT 덕분에 강의 준비가 훨씬 편해졌어.”
그러자 누군가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아, 그런 거 몰라도 잘 살잖아. 요즘 뉴스도 안 보는데, AI까지 배워야 해?”
다들 웃으며 맞장구쳤다.
“옛날 방식이 더 좋은 것 같아.”
“굳이 그런 거 없어도 괜찮잖아?”
그때 한 지인이 나를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챗GPT가 어떻게 강의 준비를 도와주는 거야?”
난 간단히 설명했지만 다들 쌈을 싸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그 대화를 곱씹다가 문득 떠올랐다. 예전에 읽은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책이. 늘 가던 곳에 치즈가 있을 거라 믿었던 이들이 어느 날 치즈가 사라지자 당황하고 분노한다. 누군가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새 치즈를 찾아 나서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치즈는 돌아올 거야’라며 변화하지 않는다.
지금 AI를 외면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전히 치즈가 그 자리에 있을 거라 믿는 사람들이리라. 하지만 변화는 멈춰 있지 않다. 한때 사람들은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될 거라 믿지 않았다.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도 ‘집에서 컴퓨터를 하면 되는데 굳이 스마트폰이 필요할까’라고들 했다. 그러나 지금은 온라인 쇼핑을 하지 않는 사람이 드물고, 스마트폰 없이 하루를 보내기는 더 어렵다. AI도 마찬가지다. AI가 업무의 필수가 되고, 신기술이 일자리를 바꾸고 있다. 그런데도 변화를 외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여전히 치즈가 그 자리에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러다 어느 날 깨달을지도 모른다. ‘아, AI를 좀 익혀둘걸.’
우리는 어떻게 변화를 미리 감지할 수 있을까? 신문을 펼쳐보면 답이 보인다. 요즘 신문에서 AI를 빼면 뉴스의 절반이 사라진다. 교수도, 기업 경영자도, 미국 대통령도 AI를 말한다.
AI는 더 이상 ‘다가올 기술’이 아니다. 지금 우리 곁에서 조용히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AI가 이렇게 될 거야’라고 하면 거짓말처럼 들렸을 이야기다. 그러나 지금은 현실이 됐다. 신문은 단순한 정보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이게 곧 너의 현실이 될 거야’라는 신호를 보낸다.
변화가 닥쳤을 때 그 신호를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의 차이는 분명해진다. 그때 가서야 사람들은 말하지 않을까. “AI를 몰라도 되는 줄 알았어.” 세상 흐름을 먼저 읽는 방법, 신문 읽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출처: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