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이게 맞을까요?”
“저는 언제까지 글을 쓸 수 있을까요?”
“이런 일이 생겼는데, 어떡하죠?”
저는 글쓰기 강의를 하면서 이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너무 쉽게 타인에게 묻습니다.
나의 문제, 나의 선택, 나의 감정조차도 누군가가 대신 답을 내려주길 바라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정작 내 문제의 정답은 나만 알고 있습니다. 내 마음이, 내 경험이, 내 시선이 이미 답을 가지고 있는데도, 우리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한 채, 늘 바깥의 답만 찾으려 합니다.
‘잘 듣기’란, 외부와 내부의 소리를 동시에 듣는 힘
듣기란, 단순히 외부의 소리만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닙니다. 길을 걷다 들려오는 소리, 사람의 말, 세상의 소리뿐 아니라, 내 안에서 들려오는 감정의 소리, 생각의 흐름, 마음속 작은 신호까지 듣는 것입니다.
글쓰기를 잘한다는 것은 결국, 내면과 외부 세계의 소리에 동시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되는 일입니다. 내 마음을 바라보고, 내 감정을 읽으며, 세상의 작은 디테일에도 시선을 주는 것. 그것이 바로 글쓰기의 출발점입니다. 잘 듣기 위해서는, 먼저 외부의 작은 디테일을 바라보고 그것을 느끼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외부의 관찰을 통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귀울이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관찰’이 글쓰기의 첫걸음이다
글을 쓰려면, 길을 걷다가 만나는 모든 것에 주의 깊게 시선을 주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셔츠 단추에 세탁 세제가 껴서 살짝 푸르스름해진 모습을 보는 것. 이런 작은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고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외부 세계의 사소한 것들을 관찰하다 보면 집중의 상태가 찾아오고, 그 집중 상태에서 거리를 걷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의 소리가 들립니다.
마음의 소리를 듣는 연습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고 하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나는 왜 화가 났을까?”
“지금 이 기분은 어디서 온 걸까?”
“이 상황에서 내가 느낀 건 뭘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조용히 던져보는 것, 그게 바로 마음의 소리를 듣는 연습입니다.
처음에는 잘 모르겠고, 막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답을 바로 찾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감정과 생각을 바라보고 느끼는 연습을 하는 것이니까요.
조금씩, 천천히, 그렇게 내 마음에 귀 기울이다 보면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순간이 찾아와요.
마음의 소리를 들으면,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을 기준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같이 일하는 동료가 자꾸만 내게 질문을 하는데 내가 화가 나는 상황)
나는 왜 그 순간 화가 났을까? → ‘문제 인식’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늘 누군가가 많이 질문을 하면 화가 났네. -> ‘자기인식’
어릴 적부터 부모님은 나에게 “자기 일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셨고,
그렇지 못할 때면 크게 혼내셨지. -> 이런 식으로 나도 모르게 내 안에 자리 잡은 비합리적인 신념을 반복하고 있었구나
그래서 저 친구가 자꾸 도움을 청하는 모습이 보기 싫었던 거구나.
하지만 잠시 멈춰서 생각해보니, 부모님의 그 말은 진실이(진리가) 아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나는 다양한 도움을 받으면서 성장해왔네.
일본어 학원, 온라인 강의, 프로젝트에서의 협업…
누군가의 도움으로 나도 성장할 수 있었고,
그 도움을 받은 내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도 했었어.’. -> 내 안의 비합리적인 신념 반박하기
결국, 잘 듣는다는 것은 내 안에 자리 잡은 오래된 신념을 깨닫고, 그 신념을 넘어서는 새로운 나를 만나는 과정입니다.
‘잘 듣기’가 리프레임으로 이어지는 이유
이런 생각의 전환을 리프레임(reframe)라고 합니다. 리프레임은 같은 상황을 새롭게 해석해보는 연습이에요.
그래서 이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태도는 부족해서가 아니라, 더 배우기 위한 성장의 과정이다.
그렇게 성장한 사람은 내게 결국은 더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다.
낡은 프레임을 깨고 새로운 해석을 만드는 법
결국 잘 듣는다는 것은 내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낡은 생각, 고정된 프레임에서 벗어나 내게 일어난 일을 새롭게 바라보는 힘입니다. 우리는 종종 “그게 맞아”라고 생각하며, 습관적 인식에 갇혀 세상을 바라봅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진리가 아닙니다. 내가 그렇게 배워왔고, 익숙해져버린 패턴일 뿐. 그것은 언제든 새롭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곧 글쓰기의 힘이 됩니다.
잘 듣기를 돕는 뇌의 두 가지 모드
뇌과학적으로도 이 흐름은 설명됩니다. 우리의 뇌는 주로 두 가지 모드로 작동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집행통제 모드(Executive Control Network)
집중, 계획, 문제 해결, 업무 수행에 관여
공부할 때, 일할 때, 강의 준비할 때처럼 목표를 향해 달려갈 때 켜지는 모드
- 백일몽 모드(Default Mode Network)
멍 때리기, 자유 연상, 감정 회상, 창의적 연결에 관여
샤워할 때, 산책할 때, 화장실에 앉아있을 때 켜지는 모드
이 두 가지 모드는 보통 동시에 켜지지 않고 번갈아 작동하며,(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시에 켜지기도 한다는 결과 있음) 특히 산책이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때 백일몽 모드가 활성화됩니다.
산책과 백일몽 모드, 창의적 깨달음을 얻는 시간
산책은 단순한 걷기가 아닙니다. 백일몽 모드의 힘을 빌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나의 감정, 기억, 깨달음들을 만나게 해줍니다. 이것이 바로 잘 듣기에서 출발해, 리프레임까지 가는 글쓰기의 힘입니다.
잘 듣는다는 것, 나를 알아가는 글쓰기의 진짜 출발점
잘 듣기란, 단순히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나를 묶고 있던 낡은 생각의 틀을 깨고,
내 감정과 경험을 새롭게 바라보고, 그 안에서 새로운 해석을 만들어내는 힘입니다.
글쓰기의 시작은 잘 듣는 데 있습니다.
내 마음의 소리를 듣고,
그것을 새롭게 바라보고,
나의 언어로 풀어내는 것.
그것이 바로, 나를 알아가는 글쓰기의 출발점입니다.
나를 알아가는 글쓰기, 지금 시작해보세요.
나, 내 생각, 내 감정 그것들을 모두 관찰하고 따로 떨어뜨려서 생각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나 자신을 지금보다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당신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여정, 혼자 시작해도 좋고, 저와 함께여도 좋습니다.
중요한 건 지금, 당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 더이상 미루지 말고 고요한 곳에서 한글자씩 써 내려가보세요. 당신 자신을 찾는 씀의 여정을 응원합니다.